누수가 발생한 경우, 물이 샌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는 윗집은 잘 없습니다. “물이 새는 거 진짜 맞냐?”부터 시작해서 “우리 집은 아니다.”, “탐지를 하게 할 수 없다.” “그 정도는 어느 집이든 다 새는 정도다.” 등등 문조차 열어주려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이 흘러 천장과 벽면이 다 젖고 도배지가 떠올라도 모른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한 번은 누수 피해자로 윗집과 안 좋은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아랫집에 물이 흘러 저희 집에 탐지만 수차례를 했는데 원인이 잡히지 않아 결국 소송과 감정까지 간 끝에 외벽에서 발생한 크랙으로 물이 스며들었던 것임을 밝혀낸 적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풀어볼까 합니다.)
이렇게 우리 집에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면 온갖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과 피해에 대해 우리나라 법원은 ‘위자료’란 이름으로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수로 소송까지 갈 경우, 그동안의 마음 고생과 정신 피해에 대해 일반적으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 일반적으로 불인정
· 예외적 인정
대법원 2001다82507 전원합의체 판결

위자료에 대한 법원의 입장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01다82507 전원합의체 판결
위 대법원 판례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법원의 입장은 정신적 고통은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재산 피해가 회복된다면 정신적 피해도 같이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누수 소송에서 법원은 감정 등으로 정리된 피해 금액과 공사 비용 등 재산적 금액만 손해로 인정할 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일반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수 소송에서 위자료를 인정한 케이스도 상당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수 사례 1: 서울서부지법 판례
자세한 스토리는 위 한국아파트신문 링크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포스트에서는 위자료 부분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고들이 천장이 개방된 상태로 물을 받아내며 생활해야 했던 점 ▲누수 원인을 파악했음에도 입대의가 비용 지출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고 보수에 소극적인 시공사를 통해 보수하도록 한 것이 보수 지연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보수가 지연됨에 따라 관련 방문자들의 지속적 방문에 따른 생활방해 및 입대의로부터 무료 보수를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보수를 재촉한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누수와 관련해 재산상 손해배상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할 것
위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기사에 나타난 판결문 중 위자료 판단 부분
위 재판부의 위자료 판단 부분을 요약하자면, 생활의 곤란함, 피해 입은 부분에 대한 공사 지연, 관련인들의 지속적 방문에 따른 생활 방해, 적극적 행동에 대한 비난 등이 그 이유로 참작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누수 사례 2: 서울중앙지법 판례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어야 할 가족생활의 근거지가 훼손당함으로써 수리 기간에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여야 하는 불편뿐만 아니라 가족생활의 근간이 훼손당한 상실감까지 들게 하였다는 점
서울중앙지법 2012가단180450 판결문 중 위자료 판단 부분
위 판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단180450 사건입니다. 케이스노트 링크를 가져오려 했는데 네이버 블로그가 해당 링크를 읽지 못합니다. 전체 내용이 필요하신 분은 구글 등을 검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위 사건 또한, 누수로 인한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임시 거주지에 생활해야 했던 점 등을 위자료 참작 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즉, 법원 기준에 따라 누수 손해배상 청구에서도 위자료까지 인정되려면 ①재산적 피해의 회복으로 회복될 수 없는 특별한 피해가 발생한 점과 더불어 ②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러한 사정은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1) 누수에 있어 특별한 손해의 범주
첫번째로, 누수 피해를 당했을 때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과 그 피해에 대한 스트레스를 넘어 해당 공간에서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든가(공간적 측면) 가령 1년 정도의 장시간 동안 지속적 누수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던가(시간적 측면), 예술품과 같은 대체 불가능한 재산이 파손되었다든가(대체불가능성)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야 합니다.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일부 공간의 누수와 방지공사 기간의 불편함과 스트레스만으로는 위자료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2) 누수 정신적 고통의 가해자의 인지
두번째로, 이러한 사실을 꾹 참고 견디고만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원 입장은 그 정신적 고통과 사정을 가해자도 알아야만 손해를 인정해 줄 수 있다고 하므로 통화나 문자, 서신(내용증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괴로움을 가해자에게 알리는 것이 위자료 인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가해자가 물이 흐른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던가 누수탐지도 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등의 상황도 존재하면 위자료 인정에 충분한 참작이 될 것입니다.


맺음말
누수 피해를 당했을 때 윗집이 협조적 태도로 나와 순조롭게 탐지를 하고 피해 보상을 받으면 소송까지 갈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가해자들은 문조차 열어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물이 흐른 곳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피해 보상에 소극적입니다.
특히 위자료 부분은 법원의 입장이 원칙적 불인정, 예외적 인정입니다. 그러므로 법률전문가의 조언과 협력 하에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고 법원에 제출하여 재판부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설득하셔야 합니다. 가해자가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망설이지 마시고 근처의 변호사 사무실 등을 찾아가셔서 자문을 구하시고 절차에 맞게 진행하셔서 인정받을 수 있는 모든 피해에 대해 배상을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봉구 창동 대표 로펌 창동법률사무소
이기홍 변호사